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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그대 없이 빛날 수 있을까

by MOWN 2022. 3. 15.

 

제목 : 별이 빛나는 밤에

개봉 : 2017년

감독 : 이종훈

 

 

1. 별이 빛나는 어느 날

부랴부랴 짐을 싸는 노인의 뒷모습은 두근거리는 설렘마저 느껴집니다. 그런 노인의 곁을 신나게 돌며 같이 들떠하는 강아지의 모습. 노인은 어떤 여정을 떠나는 것일까요? 한가득 채운 트렁크를 끌고 나온 노인은 차를 타고 저기 바다 멀리 보이는 노란 섬으로 향합니다. 조금은 짭짤한 밤바람에 점점 섬에 가까워 짐을 느껴봅니다.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저 섬처럼, 밤하늘 수 없이 빛나는 별빛을 따라 노인은 섬에 도착합니다.

 

2. 별을 찾다

연주하는 사람들과 흥겨운 분위기, 오랜만에 느껴보는 활력 덕분에 오늘 만큼은 무리해서라도 와인을 마셔봅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흥에 취해 있었던 노인은 해안가로 나와 모래사장을 거닐며 밤바다를 느껴봅니다. 캄캄한 수평선 너머로 파도 소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다 보니, 어느덧 늦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일어나려는 찰나 노인에게 다가오는 한 여자. 노인은 그대로 모래사장 자갈처럼 굳어 버립니다. 그녀는 좋은 향기와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여자였습니다. 그렇게 노인은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오늘따라 더 빛나 보입니다.

 

3. 여행

노인은 그녀와 많은 시간은 보내게 됩니다. 시장에 가서 같이 장을 보기도 하고, 섬 이곳저곳을 다니며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길을 걷다가 꽃을 보며 떠오르는 꽃말을 얘기하기도 하고,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 신나게 토론하기도 했습니다. 노인은 자신의 살아온 얘기를 신나게 하고, 그녀는 그런 그의 수다를 조용히 들어주었습니다. 섬에 노을이 앉을 때면, 난간에 기대어 서로의 꿈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항상 기타를 매고 다니는 노인의 모습을 신기해하는 그녀를 위해 노인은 기타 연주를 들려주기도 하고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운 이 섬의 노을처럼, 서로에게 물들 때쯤 그녀는 노인에게 자신의 팔찌를 건네줍니다. 

 

4. 별이었던 우리

파도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일어난 노인, 눈앞에는 갈매기가 노인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화들짝 놀란 노인은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봅니다. 언제부터 누워 있었는지 모를 만큼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움푹 파인 노인의 누운 자리만큼이나 시간도 그만큼 흘렀을까요? 옆에는 강아지가 갈매기를 쫒고 있습니다. 강아지 목에 반짝이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것은 노인이 그녀에게서 건네받은 팔찌였습니다. 어떻게 팔찌가 강아지 목에 걸려 있었을까요?

노인은 모래를 털고 일어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자리를 나섭니다. 그녀와 갔었던 시장을 지나가고, 그녀에게 꽃말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던 꽃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꽃을 샀습니다. 걷다가 문득, 그녀와 도란도란 꿈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던 난간에 기대어 그녀를 떠올려 봅니다. 버스를 타고 달려서 노인이 도착한 곳은 어느 묘비 앞.

그곳에는 그녀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5. 거기서도 평온하길

오늘은 그녀의 기일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노인의 그리움이 만들어낸 회상이자 꿈이었습니다. 그녀의 묘비 앞에서 노인은 한 번 더 모래사장에 누워 그녀를 그리워합니다. 슬픔에 잠겨 있는 노인에게 내려오는 어느 별자리 하나, 노인의 눈앞에 그녀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쓰러져 있는 자신 옆에 나란히 서로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시간은 지나 그녀의 형상을 한 별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노인은 그 마저 잡으려는 듯 손을 뻗어 봅니다. 

 

6. 리뷰

'별이 빛나는 밤에' 이 영화는 한국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종훈 감독이 만들었으며 잔잔한 감정들이 영화 후반에

몰아치듯 마음을 울리는 연출이 일품입니다. 영화는 대사 하나 없이, 오로지 기타 연주 소리와 약간의 효과음이 전부인 

단조로운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사가 없어도 특유의 연출로 인물의 감정이 잘 느껴지게 합니다.

여기서 그녀, 즉 아내의 기일을 맞이하여 노인이 섬으로 떠나게 되고 그 섬에서 추억을 하나하나 되짚는 노인의 이야기가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비록 노인의 옆에는 이제 그녀는 없지만, 모든 이가 염원하는 사랑을 이어가는 노인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부럽고 아름다운 영화 별이 빛나는 밤에였습니다.